<날개>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경성 유곽 건물 33번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씌여진 이상의 대표적 단편, 심리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 봅시다.
이 작품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일상적 생활과 상식적인 세계를 벗어나 그날그날을 그저 의욕도 없이 방안에서 뒹굴며 하릴없이 지낸다. 그러다 아내가 외출하고나면 '나'는 심심하여 아내의 화장품 냄새도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는 등 소일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아내는 이러한 '나'의 존재가 못마땅하여 감기가 든 '나'에게 아스피린 대신 수면제를 아달린을 준다. '나'는 아내의 석연치 않은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본다. 아스피린과 수면제 아달린에 관해서, 그리고 내가 자는 동안 일어나는 아내의 행위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나'는 아내가 몸파는 현장을 보게 되고 아내는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나'는 아내를 피해 미츠코시 옥상으로 올라가 아내와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러다 불현듯 날개가 돋고 날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날개>는 1936년 9월 <조광>에 발표한 이상의 대표작으로 한국 문학사에 있어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신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는 작품으로 인물 분석과 언어 구조의 상징성에서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이상의 자전적 체험이 담긴 것으로 내로라 한 작품입니다. 작가 이상은 '나'를 통해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와 고뇌를 드러내고,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의식과 내면 세계를 보여주며, 시공간의 필연적 전환이 무시되는, 즉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그려졌습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그렇다면 주인공 '나'의 의식의 흐름을 한번 따라가 봅시다.
'나의 첫 번째 외출을 살펴보면 '나'는 내객이 아내에게 돈을 주는 것, 아내가 '나'에게 돈을 주는 것 등의 쾌감을 확인하고 싶어 외출을 하고, 경성 거리를 헤매며 경이를 느끼다 금세 지쳐, 귀가한다. 그리고 집에는 내객이 있다. |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나'는 아내가 준 '지폐'를 들고 다시 세 번째 외출을 한다. 경성역 대합실의 티룸에서 커피를 마시고 열한 시가 넘어 나와보니 비가 내렸다. 그 비를 맞고 오한이 들려 귀가하였고, 그 때문에 의식을 잃는다 |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이렇게 '나'는 외출을 통해 의식 상의 변화가 맞이합니다. '나'에게 외출은 무언가 '전환'할 수 있는 계가가 되어줍니다. 죽은 자의식인 '방'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벗어나 외부의 자극을 찾아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나'는 외출을 통해 그동안 아내에게 사육되다시피한 음울한 자폐 상태에서, 깨어난 자의식으로의 회복으로 점점 전이되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날개>는 공간의 역할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먼저 '나'의 방은 '나'에 대한 나의 자의식을 상징합니다. 즉 어둠침침한 방에서 거처하고 생활력이 없으며 현실로부터 격리된 '나'의 분열된 자아를 말합니다. 이에 반해 '아내'의 방은 '아내'에 대한 나의 자의식을 상징합니다. 즉 아내는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방에 거처하고 생활력 있으며 현실에 적응하고 있으므로 일상적 자아를 상징합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작품에서 '나'가 느끼는' 나'와 아내의 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경제적, 정신적으로 종속적 존재이다보니 늘 무기력합니다. '나'와 아내는 공간을 점유하는 불균형에 의해 그 관계가 더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나'의 방은 아내의 방을 거쳐야만 나오는 점이 그렇고 '작고 어두침침한 '나'의 방과 크고 햇빛이 잘 드는 아내의 방이라는 대비가 그 관계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변 '나'가 무기력감에 끝없이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가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연관되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의 무기력감은 당시 일제의 지배를 받는 '조선'과 동일시 된다고 볼 수도, 일제강점기 우울한 현실 속의 '나'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방은 고립된 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자의식이 강한 '나'를 완전히 가두지는 못했습니다. 즉 외부 세계에 열려 있어 '나'의 삶은 항상 바깥세상에서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나'의 고립은 '나' 스스로 자처한 것이지 누구로부터 강제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일제강점기 시대 상황과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지식인이 갖는 한계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날개>에 상징하는 몆가지 내용을 살펴봅시다.
먼저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란 무엇을 상징할까요? 이 구절은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종속되어 있는 '나'의 상황이자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지식인을 비유하는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기물의 죽음 상태인 박제처럼 천재인데도 불구하고 자유의지가 없는 무력한 삶을 살고 있는 인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동전을 변소에 버린 행동을 통해 '나'가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돈이란 일상에서 중요한 수단이지만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드러냅니다. 이렇듯 돈을 버린 행동은 '나'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그러나 '나'의 외출이 거듭되면서 돈의 역할도 바뀌게 됩니다. '나'는 외출을 하고, 아내에게 돈을 주면서 돈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달아 갑니다. 자의식이 깨어 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에게 돈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 '나'가 '아스피린'과 '아달린' 단어를 중얼거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대목에서 작가 이상은 왜 이런 설정을 했는지 그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저자 자신이 그림으로 표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환각의 상태'인 '나'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하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작가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날개>를 서술하였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시공간의 필연적 전환이나 사건의 인과적 관계와는 별개로 인물의 심리 상태를 세세하게 묘사하기 위해 인물의 자의식을 좇는 서술 기법입니다. 주인공인 '나'가 집에서 있을 때의 무의식 상태와 외출하여 느낀 내면 의식을 혼란스럽게 서술함으로써 일상에서 드러나는 단절된 자아를 통해 폐쇄적 인물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나'가 겪는 자아 분열과 심리를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날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날개>는 무기력하고 권태에 빠져 박제가 된 지식인이 날개를 달고 현실 너머의 세상으로, 자기가 맞닥뜨린 상황 건너 다른 세상으로 전환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억압된 자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나'의 의지가 '날아보자꾸나'라는 표현을 통해 '나'의 주체성과 자발성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날개'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이고 탈출이며 도약이자 비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날개>는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에서 '나'의 권태로움이 지배적으로 드러납니다. '권태'란 즐거운 듯 보이지만 지겹고 따분하며, 분주한 듯 하지만 한가한 상황으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적인 감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나'의 마음과 몸을 분리하게 하고 고독 이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권태'는 지루함 속에서 시간과 자아를 예민하게 의식하게 만들고 자아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하거나 무언가를 창조하게 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날개>의 '나'는 이러한 권태로움과 무기력함에 빠져버린 인간의 표상을 드러냅니다. 고독과는 다르게 권태나 지루함은 수동적으로 강제되는 감정이라고 규정하는데 '나' 역시 아내와의 수동적, 종속적 관계로 인하여 권태로움과 지루함, 그리고 무기력한 감정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보냅니다. 이러한 권태 속에서 '나'는 자신의 '날개'를 불현듯 발견하고 자의식을 되찾아 끝없이 날고 싶어합니다.
이상의 날개 의식의 흐름 권태로움
독자들은 문학 작품을 통해 작품이 다루는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성찰함으로써 기존의 가치를 버릴 수도 더 강하게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독자는 독서를 통해 즐거움과 깨달음, 가치와 태도, 정서 등을 조각조각 내면화하여 마음 한켠에 새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는 <날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날개>의 읽다보면 독자들은 '아!~ 사람은 변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방에서만 있던 '나'가 외출을 통해 무기력하고 음울한 상태에서 벗어나 미쓰꼬시 옥상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결심을 하는 것처럼 절대 변할 수 없는 인간이 가진 가치관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날개>는 우울함에서 희망을 생각하게 합니다.
☆ 다른 포스팅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차 재난지원금 신청 지급 총정리
소득확인증명서 발급 방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계좌) 가입용]
[도서/후기/리뷰] 페스트 알베르트 카뮈 부조리에 대한 반항과 승리
[도서/후기/리뷰] 뉴욕 쥐 이야기-편견과 선입견, 불평등
[도서/후기/리뷰] 녹색 인간-GMO 유전자 조작, 식물과 인간의 결합?
[도서/후기/리뷰] 서바이벌! 우주에서 살아 보기-우주 시대
[도서/후기/리뷰] 미래는 어떻게 올까? -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
[도서/후기/리뷰]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도서/후기/리뷰] 박돌의 죽음-일제강점기 빈곤한 민중의 삶
[시사토론] 맞춤아기 허용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사 토론] 1수업 2교사제 확대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사토론] 네이버 법률 상담 서비스 허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사토론] 사고견(犬) 안락사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사토론] 디지털세 부과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사토론] 한국형 뉴딜 펀드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서, 후기,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폭력과 불합리 윤리적인 무관심에 대한 성찰적 분노 (0) | 2021.01.11 |
---|---|
[도서/후기/리뷰] 강 - 서정인 별 볼 일 없는 인생 하층민의 삶 (0) | 2021.01.08 |
[도서/후기/리뷰] 페스트 알베르트 카뮈 부조리에 대한 반항과 승리 (1) | 2020.11.01 |
[도서/후기/리뷰] 뉴욕 쥐 이야기-편견과 선입견, 불평등 (0) | 2020.10.27 |
[도서/후기/리뷰] 기억의 천재 푸네스 (0) | 2020.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