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알베르트 카뮈의 <페스트>가 많은 국민들에게 새롭게 인기를 끌며 다시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카뮈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던지는 화두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페스트와 코로나 19와 같은 사건들을 통해 과거나 현대의 인간 내면의 존재하는 부조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페스트 알베르트 카뮈 부조리에 대한 반항과 승리 도서 후기 리뷰
페스트는 쥐 벼룩에 의해 인간에게 전염된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당시 중세 유럽은 흑사병으로 불렸던 페스트로 인해 50~90%에 달하는 치사율에 의해 당시 유럽 인구의 7500만~2억 명 남짓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로 유럽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다 줍니다.
페스트가 찾아온 오랑시는 지리적으로 만을 등지고 고원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타성과 권태에 절여 있으며 계절의 변화도 알아차리기 힘든 중성적인 장소로 등장합니다. 카뮈는 이러한 오랑시를 페스트가 발생한 장소로 상정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오랑시처럼 타성과 권태에 젖은 사회는 어디서든 우리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재앙이 엄습할 수 있음을 경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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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등장한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자 이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방식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의사인 리유는 강력한 전염성이 있는 것을 파악하여 바로 페스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만일 페스트가 아니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페스트와 유사한 수준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지금의 전염속도를 보면 도시민의 절반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리유의 말을 당국인 도지사는 지금이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인지하고 있지만바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리유가 지적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게 되면 도시에 불어닥칠 혼란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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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에서도 페스트라는 질병의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많은 갈등을 겪게 됩니다. 우리가 부르는 사물의 힘은 그 이름이 갖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름에 의해 긍정적인 힘을 갖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름에 의해 부정적인 힘이 솟구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도지사가 페스트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처와 대응이 늦으면 그만큼 더 큰 대가를 치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 19가 발생했을 때 우한 폐럼으로 불렀다가 중국의 반발로 감염병 이름에 WHO에서 지명을 쓰지 못하게 한 것과 유사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름에는 다양한 힘이 내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WHO에서 코로나 19의 상황에 펜데믹을 선언하기 까지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미뤘던 것도 이와 같은 이름의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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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에서도 '페스트'에 대한 반응과 대응에 대해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리유처럼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한 인물이 있는 반면 의사회 회장인 리샤르는 현재 환자의 가족들에게 전염되지 않았고 페스트라 할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페스트로 단정할 경우에 엄청난 예방 조치와 법률 조치를 취해야 하므로 절대적인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성급한 조치를 내리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당국은 악성 열병 몇 건이 발생한 정도여서 우려할 상황이 아니고, 전염병으로 죽인 사람들의 사인을 규명하거나 사망자에 대한 통계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염병에 대한 예방 조치도 시민들이 각자 알아서 하도록 했으며 전염병 차단을 막을 방역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랑시에 몰아닥친 전염병에 대해 의사와 당국뿐만 여러 인물들의 대응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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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사 리유는 수많은 환자가 밀려들어도 성실하게 의사로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여 페스트에 성실하게 저항했습니다. 그리고 여행객인 타루 역시 자ㅣㄴ은 오랑 시민이 아닌데도 자원하여 민간 보건대를 조직하였고 리유의 일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이처럼 타루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여 목숨을 걸고 환자들을 돌봅니다. 또한 소시민인 그랑은 낮에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저녁에 시간을 쪼개어 자원보건대에서 통계내는 일을 맡아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신부 파늘루는 페스트를 신의 형벌로 생각하고 오랑시민들에게 기도에 전념하라며 기도를 강조합니다. 그러다 죄 없는 어린아이의 처절한 고통을 목격하면서 확신이 무너지고 신앙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러한 일을 겪게 되자 파늘루 신부는 신앙의 절대적인 비합리성을 인정하지만 끝까지 의사의 치료를 거부하고, 신의 형벌인 페스트로 신음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신문 기자 랑베르는 합법적인 절차와 불법적인 방법 모두를 동원해서라도 오랑시에서 탈출하고자 합니다.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아는 관리와 인사들을 찾아가 부탁하기도 하고 돈을 주고 몰래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닥치자 많은 군상들의 대처 방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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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탈출할 기회를 엿보던 랑베르는 리유에게 '선생님은 추상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랑베르가 생각하는 리유는 페스트의 발병 원인과 상황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위해 늘 고민하는 것을 보고 관념적이고 도덕적인 추상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환자들의 치료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해결방안과 대처 방법을 찾깅 위해 분주했던 리유를 보면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탈출을 선택한 랑베르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오랑시의 공무원인 그랑은 감투나 명예가 아닌 페스트를 막아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보건대에 자원합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일과 현재의 상황을 기록하고 소설을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뮈는 그를 영웅이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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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랑 시는 페스트가 심각하게 확산되었지만 당국의 대처는 무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이곳으로 여행을 온 여행객 타루가 나서서 보건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먼저 느꼈을까요? 어쨌든 타류는 보건대 조직의 필요성을 리유에게 제안하였고 리유 역시 동의하여 보건대를 조직하였고, 환자들을 정성껏 돌보게 됩니다. 코로나 19로 대구에서 환자들이 넘쳐날 때 수많은 의료진이 자원하여 대구로 몰려든 우리의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신문기자 랑베르는 오랑시의 시민이 아닌데 페스트로 갇혀 있는 일이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보건대가 솔선수범하는 희생과 봉사를 보면서 타인의 불행을 뒤로 하고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려 했던 자신의 행동이 매우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탈출을 그만 두기로 합니다.
그러나 페스트가 긴 시간동안 지속되면서 오랑시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서서히 길들여졌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소멸되어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의 생기는 사라지고 불행의 늪은 계속 되었기 때문에 때문에 서서히 페스트에 적응하면서도 불행에 빠져 들었습니다.
페스트 알베르트 카뮈 부조리에 대한 반항과 승리 도서 후기 리뷰
이러한 상황에서 리유는 아무 죄없는 아이가 극심한 고통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페스트라는 부조리함에 끝까지 대항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질서에 대한 반항심이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력함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시민들 역시 오랜 시간동안 페스트의 공포에 젖어 낙관성과 희망이 사라졌고 비극과 절망 만이 가득했기 때문에 페스트로부터 해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뻐하거나 안심하지 못했습니다.
범죄자 코타라는 페스트가 창궐하는 동안 밀매업으로 이득을 보았고, 동업자의 밀고로 죄수가 될 뻔했기 때문에 페스트로 모든 사람들이 도시에 갇힌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페스트가 물러가고 행복한 도시가 되자 다시 불행하다고 여긴 코타르는 총기난사로 결국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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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에서 '페스트'는 죽음, 병, 고통 등 인간의 한계 상황을 의미하며 페스트로 인한 폐쇄와 억압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 인간이어서 나타내는 행동과 정신세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오랑 시민들이 페스트에 전염되어 무의미하고 허무하게 죽어가는 극한 상황을 말하며, 사형수처럼 죽음을 강요당하는 현실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내적 약함 등을 말합니다. 또한 인간 사회의 온갖 종류의 부조리한 제도나 정치악과 전쟁 등 결국에는 받아들이거나 맞서 싸워야 하는 그런 절대적이고 강력한 존재, 즉 부조리 그 자체를 말합니다.
알베르트 카뮈는 소설 말미에서 리유가 서술자임을 밝힙니다. 그 이유는 사건 진술의 객관성을 확보하여 독자로 하여금 연대기의 정직성에 신뢰를 갖게 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알베르트 카뮈는 왜 페스트에 관한 기록을 썼을까요? 알베르트 카뮈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주체성을 가지고 모든 선악과 옳고 그름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러한 부조리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병독이 되지 않도록 우리 안의 페스트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랑 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나태와 관성에 젖은 인간은 내제된 페스트 즉 재앙을 타인에게 옮길 수도 있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음을 오랑 시민과 자신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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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베르트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란 원인도 불분명하고 이성적으로 따져볼 수 없는 삶의 다양한 양태들로, 불합리하고 불가해하며 모순적인 일들을 말합니다. 즉 인간 세상의 부조리함과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태도를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스트라는 상황 자체뿐만 아니라 발병 원인과 해결 방안도 모른 채 가족과 동료,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 그 자체를 여기서는 부조리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카뮈는 <페스트>를 통해 인간에게 찾아온 아니 내제된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인간만이 가진 성실함과 연대 의식의 휴머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페스트가 찾아왔을 때 오랑 시민들의 행동을 통해 코로나 19를 맞은 현대인들의 심리를 대조해 보면 페스트를 맞이한 오랑 시민들은 먼저 자포자기합니다. 오랑 시에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사람들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인내가 붕괴되어 수렁에 빠져 들었고, 도시는 절망에 사로잡혀 시민들은 자포자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불안한 일상과 우발적인 사건들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어떤 변화가 생긴 것만은 절실하게 느끼는 특이한 정신 상태에 빠져 해결 가능성을 종교에 기대게 됩니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신천지 교인들이 보인 태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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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 시에는 페스트가 창궐하자 사람들은 이성을 잃은 나머지 폭력으로 흘렀고 관문 감시를 피해 시외로 도망을 치려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청춘남녀들이 도덕성을 잃고 도심에서 밤늦은 시각에 열정을 불태웠고, 시민들은 사치로 과시하며 고급 술과 비싼 안주로 흥청망청 향락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오랑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 19를 겪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습니다.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사재기로 물건이 동이 나고 기업 활동과 학교 수업 등 다양한 일상적 생활이 멈췄습니다. 이러한 경제 활동의 어려움으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속출하였고, 마스크를 써야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관계가 불가한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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