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부식과 일연은 왜>라는 책을 통해 이들의 남성주의적 역사관을 알아보는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읽어보시고 궁금하시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포스팅의 내용은 도서 내용의 극히 일부분임을 밝혀둡니다.
<김부식과 일연은 왜>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 데 1부는 역사를 보는 두 개의 시선으로, 2부는 진실을 엿보는 일곱 개의 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는 저자의 의견이 실려 있고, 2부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삼국사기>는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영향을 받았고 <삼국사기>는 <삼국유사>에 비해 문장이 화려하고 형식의 틀이 정교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가 나온지 150여 년후에 세상에 나왔고 <삼국사기>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운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에서 전해져 내려온 사실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편찬한 김부식과 일연이 역사책을 편찬, 구성 방식을 달리했는지 두 역사서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김부식과 일연은 왜 남성주의적 역사관 -김부식의 모습
<삼국사기>는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이 편찬한 책입니다. 당시 '묘청의 난'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은 고려 건국 이래 계속적으로 이어져왔던 문벌귀족 중심의 유교적 통치이념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사건입니다. 이 시기의 시대적 상황은 촛불 앞에 등불처럼 매우 위태로웠습니다. 밖으로는 요나라, 금나라가 성장하여 위협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교류가 컸던 송나라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안으로는 권력을 탐하는 이자겸 등 외척 세력들의 왕권 도전으로 정세가 어지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을 틈타 묘청과 정지상 등 서경 중심 세력들이 개경 중심의 기존 정치 질서에 반기를 들고 난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들은 도참사상과 풍수지리 사상을 주장하며 그들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고 주술적이며 신비적인 세계관에 깊이 젖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부식 역시 이런 미신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맞섭니다. 묘청과 정지상의 주장은 김부식이 믿는 유가적 통치이념에 대치되는 주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부식에게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에 삼국의 역사를 다룬<구삼국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고 결심하고 <삼국사기>를 집필하게 된 것입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김부식과 일연은 왜 남성주의적 역사관 -삼국사기
<삼국사기>는 한무제 때 사마천이 편찬한<사기>를 참고하여 서술했다고 합니다. 기전체라는 역사 서술 방식으로 쓰인 <사기>의 서술 방식은 역사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에서 편년체와는 구별됩니다. 편년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 구성하는 방식이지만, 기전체는 인간의 행위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고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기전체의 핵심은 <본기>(신라, 고구려, 백세 순의 삼국 연대기)와 <열전>(장수, 재상, 충신, 학자 등 각 부분의 뛰어난 인물)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전>에서 누구를 주역으로 끌어올리고, 어떻게 인물을 배치할 것인가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부식도 <열전>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의도를 온전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전>에는 총 69명의 인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신라 56명, 고구려 10명, 백제 3명입니다. 이렇게 이름이 올린 것을 보면 김부식도 신라 중심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의도를 역사서를 서술하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김유신'에 대한 비중은 10권 중 3권에 달하고 있을 만큼 과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 서술방식은 '인물의 사적을 나열함으로써 후세에 그런 사실을 전하려는 것'이라는 <열전>의 의도 또한 역사가가 자신의 역사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적 인물을 빌려왔다고 보는 것또한 무방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인물까지 끌어다 기록할 정도로 김부식은 치밀하게 자신의 의도를 부각시키기 위한 역사를 서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는 김부식의 '유가적 합리주의'에 철저하게 입각하여 인물을 선별, 배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김부식과 일연은 왜 남성주의적 역사관 -일연의 모습
<삼국유사>는 일연 썼습니다. 일연이 <삼국유사> 편찬한 이유를 설명해 보면 일연은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었던 비현실적인 사실들에 가치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여 '세계의 진실'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삼국사기>를 편찬할 당시 김부식이 빠뜨린 것을 보완한다는 의미를 넘어 신이한 세계를 입증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연의 의도는 비현실적인 사실을 광범위 하게 거두고 체계적으로 배치하여 김부식의 편협한 역사 인식에 맞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연의 이러한 의도는 삼국유사의 첫 대목인 <기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이>는 <삼국유사>의 거의 절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신이함에 대한 믿음과 신비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김부식과 일연은 왜 남성주의적 역사관 -삼국유사
일연은 <삼국유사>의 전반부에 단군으로부터 삼국의 멸망까지 시대 순, 나라 순으로 신이한 일화를 기록했는데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삼국유사>의 끝부분으로 가면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가득차 있습니다. 이렇게 일연은 전반부에 <기이>를 배치하여 후반부에 전개될 불교적 경이감을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일연은 <기이> 첫머리에 단군 신화를 배치함으로써 불교의 세계 속에서 삼국의 역사를 읽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교적 합리주의에 의해 배제된 신이의 세계를 되살린 것이고, 일연이 고려 불교의 국존으로서 말하고 싶었던 불교적 신이함을 서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두 저자가 모두 남자여서인지 고대였던 당시에도 여자에 대한 차별의식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살펴보면 남성주의적 세계관을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김부식과 일연은 왜 남성주의적 역사관 -김부식과 일연은 왜
"어젯밤 낭군과 함께 마음 속 깊이 정을 나눈 일을 부디 잊지 마십시오. 오늘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홍륜사의 된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발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입니다. "낭자가 말을 마치고 김현이 찼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쓰러지자 곧 호랑이가 됐다. 김현이 숲속에서 나와 말하기를 "내가 방금 호랑이를 잡았다." <삼국유사>, <열전> '김현감호' 본문 발췌 |
호녀는 하룻밤을 함께 보낸 낭군을 위해 기꺼이 죽는 여인의 이야기로 남성이 세계에서는 그녀의 지고지순한 희생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꽃은 무척 아름다운데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향기가 없는 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것을 심으니 과연 말한 바와 같았는데, '미리 알아보는 능력'이 이와 같았다. <삼국사기>,<신라본기>,'선덕여왕' 본문 발췌 |
철저한 골품제 사회였던 신라에 여성이 왕위에 오른 충격적이고 경이로운 사건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덕에 대한 일활르 부풀리고 있다는 견해입니다. 모란꽃 일화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선덕을 당 태종이 조롱하는 편지였다는 <수이전>의 해석이 있는 것을 보면 남성의 조롱이 끝없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씨녀의 아버지는 늙어서 정신이 없었고, 그 딸이 장성했는데도 짝이 없었으므로 억지로 그녀를 시집보내려고 몰래 동네 사람과 혼인을 약속했다. 정한 날이 되자 그 사람을 불러들였으나 설씨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몰래 도망을 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마구간에 가서 가실이 남겨두고 간 말을 보면서 크게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삼국사기>, <열전>, '설씨녀' 본문 발췌 |
가실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설씨녀는 늙은 아비와의 도리를 저버리지 못해 가실이가 남겨둔 말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도록 그린 것을 보면 김부식은 설씨녀를 신의와 효심 두 가지를 모두 지키는 인물로 손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몽이 부여에 있을 때 예 씨에게서 낳은 아들 유류가 오자 그를 태자로 삼았고, 왕위를 잇게 했다. 이에 비류가 동생 온조에게 말했다. "처음에 대왕께서 부여의 난을 피해 이곳으로 도망하여 왔을 때, 우리 어머니가 가사늘 내주어 나라의 기초를 세우는 위업을 도와주었으니 어머니의 조력과 공로가 많았다. 그러나 대왕께서 돌아가시자, 나라가 유류에게 돌아갔다. <삼국사기,<백제 본기> 본문 발췌 |
주몽이 소서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도 불구하고 본처의 아들인 유리가 나타나자 바로 나라를 물려주었지만 본처 예씨 부인이나 소서노는 건국 영웅을 낳은 어머니로 기억될 뿐입니다. 이러한 대목이 철저한 남성 중심적인 서사임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삶은 남성들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된 종속적 삶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용모단정하고 행실이 바른'유교적 규범을 강요한 김부식의 입장과 '대자대비한 관음보살이 모습을 투영'하여 불교적 영험함을 증명하려는 일연의 입장이 다를 뿐이지 두 사람 모두 여성의 삶을 가두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는 데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역사가 남성 중심이었던 것처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의 비중이 훨씬 높고, 삼국의 여성들의 모습이 남성적 시각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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