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채만식의 태평천하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태평천하>는 채만식이 1937년 쓴 중편소설, 풍자소설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채만식은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의 서울의 한 대지주 집안의 세대 간 갈등을 통해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에서의 개인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첫 번째로 <태평천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윤 직원의 아버지 윤용구는 '말대가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놀음판을 전전하다 갑자기 생긴 큰돈으로 부를 축척하지만 결국 화적떼에 의해 피살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윤두섭 윤 직원은 낮은 신분으로 부를 축척한 대지주 윤용구의 아들로 사회에 대한 불신과 피해 의식이 있으며, 윤리의식이나 역사 인식같은 것은 전혀 없는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윤창식은 윤 직원과 오씨 사이의 장남으로 개화된 신식 교육을 받았지만 가치관을 상실하고 향락만을 추구하는 타락한 인물이며 첩 옥화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종수는 윤 직원의 장손이며 아버지 윤창식과 고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윤종수 역시 아버지처럼 무능력하고 향락만을 추구하는 타락한 인물로 아버지의 둘째 첩과 정을 통하기도 하는 한량입니다.
윤종수와 박씨 사이의 아들로 태어난 윤경손은 증조할아버지 윤 직원의 애첩 순심과 연애를 할 정도로 부도덕하며 타락한 인물입니다. 윤 창식의 차남인 윤종학은 일본 유학 중이며 윤 직원이 가장 믿는 인물이나 기대와 달리 사회주의자가 된 의식있는 인물입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두번째로 <태평천하>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울의 대지주인 윤 직원 영감이 인력거를 타고 와서 인력거의 삯을 깎으려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윤 직원은 구한말 화적들에게 아버지 윤용구가 죽고 재산을 축적하여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태평천하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윤 직원의 아들 윤 주사 창식과 큰 손자 종수의 타락과 방탕한 생활에 윤 직원은 둘째 손자 종학에게 큰 기대를 겁니다. 그러나 손자 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일본 경시청에 체포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윤 직원은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종학을 비난하며 윤직원은 격노합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세번째로 윤 직원의 일가가 겪는 사건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윤 직원은 화적떼에게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윤용구의 시신을 끌어 안고 통곡하다 "우리만 빼고 어서 다 망해 버려"라며 울부짖습니다. 이렇게 윤 직원은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 부으며 자신의 집안만 생각하는 철저한 반 사회적인 인물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윤 직원 집안 남자들의 행태를 통해 이들의 부도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춘심에 대한 윤 직원의 추태와 증손자 경손이 윤 직원 몰래 춘심을 빼돌리는 모습, 아버지 창식의 첩 옥화와 정을 통하는 종수의 모습 등 집안 남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정도를 뛰어 넘습니다. 또한 집안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마작에만 몰두하는 창식의 모습을 통해 집안 4대가 모두 구제불능의 부정적인 인물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태도로 인해 집안이 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 직원 집안 사람들은 종학의 검거 사실을 알게되는 '전보'를 받기 전과 후의 상황은 완전하게 달라집니다. 전보를 받기 전에는 윤 직원 집안 사람들 모두 특집 호화판이라 할 만큼 평온하게 생활합니다. 하지만 종학이 사회주의 운동으로 검거되었다는 전보를 받고는 모두 충격에 빠집니다. 이러한 전보를 받음으로써 사건 전개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고 집안이 몰락할 수밖에 없음을 예고했습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또한 윤직원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소작인들에게 토지를 나누어주는 것을 선심이고 적선이자 자선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에서 절대적 권한을 지닌 봉건적 지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윤 직원은 모든 것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소작인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에 소작인의 고통을 바탕으로 쾌락을 즐기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윤 직원은 비참한 사회적 현실이나 민족의 아픔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지주 겸 고리대금업자로서 엄청난 이익을 얻었지만 '자신만 빼고 모두 망해 버려"라고 할 정도로 민족이나 사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국가 상황에서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일제에 기생하며 자신과 집안의 영달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은 사회라는 공동체를 떠나 자신의 능력과 힘을 발휘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작가 채만식은 윤 직원의 몰락을 통해 일제강점기에 공동체를 버리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기생 지주의 문제를 윤 직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네번째로 <태평천하>는 풍자를 통해 인물을 대한 평가와 주제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풍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경어체 사용과 판소리 사설 기법을 차용했으며, 아이러니, 희화화 그리고 동물적 비유를 통해 풍자하고 있습니다.
먼저 경어체 사용를 사용하여 서술자가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 독자가 작중인물보다 우위에서 작중인물들의 행동을 속속들이 구경하고 조롱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판소리 사설 기법을 차용하여 적극적 논평과 묘사 방식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사투리 어감까지 느끼게 하는데 등 재미를 줍니다. 또 아이러니를 통해 풍자를 더해줍니다. 표면적 의미와 이면적 의미의 모순을 통해 윤 직원 일가의 인물들을 겉으로는 긍정적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부정하여 풍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장에 의한 희화화로 작품을 풍자하고 있는데 특히 인물의 외모나 성격, 사건을 의도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부정적인 특징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물들의 부정적 모습을 동물에 비유함으로써 부도덕하고 타락한 부정적인 측면을 더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마지막으로 <태평천하>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작가는 윤 직원 일가의 타락한 삶을 전면에 내세워 풍자함으로써 일제강점기 비참한 민족 현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지주들을 신랄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에서 자신의 영달만 추구하는 삶의 모순을 통해 비참한 민족 현실을 자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목 '태평천하'는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일제강점기 가족의 붕괴와 공동체의 현실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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